raygoods와의 대화

ML002 레더백을 함께 만든 가죽브랜드 raygoods의 ‘이창혁’과의 대화입니다.

라이프스타일 가죽브랜드 raygoods과 함께 마더백2를 가죽으로 재해석한 가방을 선보입니다.
제품은 온라인샵에서 다양한 사진과 함께 확인할 수 있지만, 어떤 마음과 계기로 협업을 하게 되었는지는 이 곳에서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레이굿즈의 모든 제품을 직접 만들고 있고, 이번 제품 역시 제작한 ‘이창혁’님과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본인과 레이굿즈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가죽브랜드 레이굿즈 대표 이창혁입니다.
작업실은 가죽 시장이 있는 신설동에 위치해있습니다. 디자인, 제작, 영업 모두 혼자 맡고 있는 소상공인입니다.

레이굿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일상입니다. 식상한 설명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일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지는 공예품을 만드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사용 될 수 있는 제품은 화려함보다는 단순하고 질 좋은 소재와 만듦새, 사용자의 편의성을 위한 디자인이라 생각하며 제작하고 있습니다.

<레이굿즈를 시작하게 된 계기나 시작하기 위해서 거쳤던 일들을 말씀해주세요.>

레이굿즈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단순합니다. 바이크에 관심 많던 시절 인디언모터사이클사의 바이크 월렛을 사용했는데 외국 지폐에 맞춰진 사이즈 그리고 카드 수납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저한테 맞는 지갑을 갖고 싶다는 생각으로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을 국내에서 찾으려 했지만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직접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보면서 직접 시장을 돌아다니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하나하나 배워 나가다가 한계를 느껴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가죽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로 이직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회사에서 일하면서 전체적인 제품 제작과 국내 가죽시장에 대해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퇴근하면 가죽공방에서 가죽공예를 배웠습니다.

그러다 저만의 가죽 제품들을 만들고 싶어, 회사를 나와 작은 사무실을 얻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품 제작에 있어서 가죽이라는 소재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가죽이라는 소재를 고집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매력적으로 느낀 것은 사용하는 사람의 모습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천연 소가죽의 특성상 처음에는 딱딱하다고 생각되고,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의 습관, 이용방법, 생활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서 사용자에게 맞게 길들여진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마더그라운드와의 프로젝트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말씀해주세요.>

마더그라운드의 대표님과는 전 회사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회사를 떠나 각자의 길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올해 초, 마더그라운드를 처음 보았을 때 제품과 생각이 흥미로웠습니다. 마더그라운드와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에 이번 ML002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마더그라운드와의 프로젝트를 통해 레이굿즈를 알리고, 저의 생각과 제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서로 각자의 길을 걷고 흔적을 남기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함께 걸으면서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어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더그라운드와의 협업 제품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번 협업 제품은 마더그라운드의 Mother Bag 002를 가죽으로 재해석한 제품입니다. 5개월간 5번의 샘플 작업과 직접 사용하면서 테스트를 하였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Mother Bag 002의 디자인을 갖고 있지만, 구조, 크기, 디테일 면에서는 완전히 변화 된 제품입니다. 가죽제품에 맞게 구조를 변화시키면서 자연스럽게 디테일한 부분들에 나름의 재해석이 들어갔습니다. 가죽 물성을 고려해 크기와 끈의 두께, 주머니의 형태까지 많은 부분을 바꾸고 새롭게 디자인하였습니다.

더불어 캔버스로 제작된 제품과는 달리 가죽이 갖고 있는 부드러운 감촉과 사용 할수록 사용자에게 맞게 길들여지는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작 방식에 있어서는 ‘주문제작’ 형태를 선택하였는데, 제품은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직접 100% 수작업으로 제작에 들어가게 됩니다. 대량생산에서 느끼기 어려운 디테일한 마감이나 세심한 공정들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더그라운드가 원가를 공개하는 방식을 수용하고 이번 제품 역시 원가를 공개하게 되었는데 흔쾌히 수락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흔쾌히 수락한건 아닙니다. 처음 마더그라운드의 원가 공개는 저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제작겸 판매를 하는 저에게는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원가를 공개하면서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방법으로서 제작자, 생산자 입장을 소비자가 알게 되었고 원가 공개라는 방식이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새로운 소통 방법 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원가공개를 하면서 이번 ML002 경우도 합리적인 가격을 갖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문제작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요, 제품을 미리 만들어 놓고 판매하는 방식과 주문제작 방식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장단점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우선 두 가지 방식의 차이점은 ‘생산방식’ 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는 ‘대량생산’이 당연한 시장 구조입니다. 대량으로 생산되어, 여러 곳의 유통을 거쳐 소비자에게 손 쉽게 제품이 제공되는 편리한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생산 된 제품들은 잉여물로 남게 되고, 이곳저곳을 떠돌다 폐기되거나 제품의 가격을 낮춰 다시 판매가 됩니다. 그렇다면 제품의 가치는 디자인, 제작의도 와는 상관 없이 숫자라는 경제적인 가치로 우선 판단 되게 됩니다. 또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입장에서 대량생산을 하게 되면 리스크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제작, 생산자는 판매를 위한 제품만 만들게 될 것이고, 사용하는 소비자 우리는 개성을 잃고 모두 비슷한 모습을 갖게 됩니다.

주문제작은 대량생산과 반대로, 소비자에게 선택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제품이 됩니다. 잉여 생산물이 없기 때문에 제작자는 리스크를 최소로 할 수 있고,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수 있습니다. 이번 ML002 leather bag 의 경우는 정해진 디자인으로 제작 되어지지만,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전에 구매자가 원하는 디테일을 수정하여 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점이라면 고객님이 주문 후 제작되는 제품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고, 주문 제작된 제품은 환불이 어렵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첫째, 판매 수익을 얻는 것입니다. 좋은 제품과 질 높은 제작으로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고, 판매 수익으로 또 다른 좋은 제품들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국내 소상공인들이 가장 큰 바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둘째, 다양한 사람들과 또 다른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가죽공예를 통해 여러 가지 제가 공부한 ‘공예적인’ 제품의 모습들을 다루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소비자가 제품의 제작과 판매, 유통에 대한 생각을 한 번 더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품의 생산되는 방식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유통 시장의 편리함 속에 숨겨져 있는 문제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새로운 제품들을 더 많이 선보이고 싶습니다. 지갑, 가방, 다이어리 부터 시작해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 오프라인 스토어와 작업실을 같이 운영하여 고객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고 싶습니다. 제가 처음 저에게 맞는 지갑을 만들었던 것 처럼 구매자분들에게도 가장 필요한 제품을 함께 얘기하고 디자인하여 제작하고 싶습니다.

여기까지 입니다.
고맙습니다.

ML002 Leather Bag 은  Shop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hoto – 김권진 www.kkjp.kr
Location – raygoods workroom www.raygoods.kr
Interviewer – Motherground